본문 바로가기
설계의 밑거름/여행

사람없는 곳만 찾아다닌 제주도 뚜벅이 12일 여행기 2일차_코지 오베르쥬,한라 수목원, 알작지와 이호테우

by 빈쎄 2021. 7. 3.
728x90

메종 글래드 호텔 로비에 있는 아티제에서 바라본 중앙 정원의 모습 

 

메종 글래드 호텔은 1층에 있는 모든 카페와 식당에서 중앙 정원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놨는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카페의 가구, 호텔, 정원, 하늘이 어우러져 이렇게 완벽한 색감이 탄생한다. 호텔 리모델링하면서 덧붙인 오팔색 자개와 참 잘 어울린다. 멀리서보면 흰색 같지만 빛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무지개빛으로 반짝이는데, 단순히 흰색 타일을 썼을 때보다 파사드가 리듬감 있게 느껴진다. 브이레이에서 같은 벽돌 재질을 입혀도 무작위한 정도를 높였을 때 좀 더 현실감있게 느껴지는 느낌이랄까..어쨌든 무작위적인 것의 반복을 통한 일체감은 나름의 즐거움을 준다.  입구에서 딱 봤을 때는 커다란 매스가 딱 하나 놓여있어 굳이 오팔타일을 붙여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했지만, 이 중앙 정원을 둘러싼 보다 작게 쪼개진 매스들과는 그 스케일이 딱 맞아 떨어져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진다.

 

오늘도 날씨는 완벽!

 

이 뷰가 앞서 말한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 별건 없고 깔끔하니 정돈된 느낌이랑 엘레베이터 부분 음푹 패인게 플러스 포인트닷..내부가 좀 더 고급스럽긴 한 듯. 오늘도 역시 극 P친구와 함께 하는 날이라 엄청난 여행 계획을 짜진 않았다. 그냥 호텔에서 걸어갈 수는 있을정도로 떨어져있는 카페에서 대강 작업하기+한림 수목원 가기 정도만 정해두고 출발!

 

우리 둘 다 굳이 완벽한 인스타 감성의..그런 만들어진 공간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같이 여행다니기가 참 좋았다. 자본으로 좋은 뷰 떡하니 차지하고 어딜가나 다 똑같은 인테리어로 꾸민 담에 아메리카노 7, 8천원 하는 그런 카페 NO..가끔 한 번씩 가면 좋긴 한데, 서울에도 이미 넘쳐서 우리에겐 희소성이 없다고 해야하나..그리고 사람 바글바글한거 딱 질색ㅠㅠ

 

그래서 고른 곳이 여기. 그냥 관광지 벗어난 제주도 동네 안에 있다.

 

한라 수목원 가는길 중간에 있는 코지 오베르쥬. 좌석이 많지는 않지만 나름 단체석도 있고, 유리로 만들어진 반 야외 공간도 있다. 시원한데 햇빛은 들어오는 그런 사랑스러운 공간ㅠㅠ인스타 감성의 카페는 본인들의 완벽함을 추구하느라 이런 요소들이 부족하다. 아 이 공간에는 이걸 추가하면 더 재밌겠다, 아니면 사용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겠다 하는 요소들을 전부 빼고 조형적으로 완전한 공간, 사진 한 장에 담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그러니 정작 가보면 뿌듯함이나, 편안함이나..이런 오감을 모두 만족해야 나올 수 있는 긍정적인 감정들은 딱히 발생하지 않는다.

어쨌든, 네이버 지도에서 봤을 때는 사알짝 관광객을 위한 카페같은 느낌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실제로 가보니까 전혀 아니더라. 그냥 식물을 사랑하시는 부부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 느낌. 오히려 누가봐도 '우리 관광객이에요!~!~!!!!!!'하는 사람들이 들어오니까 좀 놀라신 듯 보였다. 

 

메뉴판! 굉장히 저렴한 것도 비싼 것도 아닌 적당한 가격

 

옆에 꽤 널직하게 베이킹을 위한 방도 붙어있는 걸로 보아 여기 있는 모든 메뉴를 직접 만드시는 것 같았다. 마들렌도 대만족인데 서비스로 주신 쁘띠 마카롱이 미쳤음..약 5년간의 카페투어 미들 데이타로 봤을 때 마카롱 맛있는 집은 다쿠아즈도 맛있으므로 다음에 가면 드셔보시길..뭐랄까..적당히 거품 낼줄 아는 사람들이라 해야하나..어쨌든 둘 다 만들기 힘듦..마카롱은 뚱카롱의 쫀득함보다는 정통 프랑스 마카롱처럼 입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그런맛..아몬드 가루 맛 진하게 나는 그런 맛..하!

먹는거 얘기하다 적긴 좀 그렇지만 화장실도 넓고 깨끗했다. 만족 만족 대만족 카페.

내부+음식 사진

우리가 점심 때 쯤 가서 그런지 나무 이파리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참 예쁘게 나왔다. 의자도 폭신폭신하니 편해서 관광온 사람 답지않게 오래오래 앉아서 각자 작업하고, 그림그리고, 책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한 두 세시간 있었던 듯. 나는 교육 불평등에 관한 유튜브를 봤는데, 풍족하지 못한 집에서 자라 고등학생이 된 여자아이가 익명으로 인터뷰를 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마냥 철없이 굴 수도, 집안 사정에 대해 투정부릴 수도 없는 나이. 그리고 본인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봤자 본인만 고통스럽다는 걸 깨닫고는 경쟁을 포기하기 시작하는 나이. 그 덤덤함이 너무 마음아팠고, 결국 카페에서 유튜브보다 눈물흘림..P친구가 당황하면서 냅킨 열정을 갖다줬다. 우니까 기운 빠져서 한숨 자고 싶었지만, 수목원으로 출발!

 

 

 

 

대략 이런 사진 남길 수 있다. 운좋게도 아직 수국이 안져서 사진을 많이 찍어뒀다. 근데 수국 말고도 예쁜 들꽃도 참 많고, 여기까지 걸어오는 길도 너무너무너무너무 예뻤다. 이 예쁨에는 한적함과 여유로움과, 꾸미지 않았지만 쓸쓸해보이지 않는 푸른 풀밭과, 신경써서 지어진 듬성듬성 주택들이 포함되어있다...관광지라 난개발이 베이스인 제주도에서 은근 찾기 힘든 뷰다..!!!!!!!!!!!!!!!!!!!!!

게다가 이렇게 잘 운영되고 있고 면적도 꽤 넓고 볼거리도 많은 수목원이 무료라니. 제주도가 관광객에게 하사한 선물 중 하나랄까..남들이 잘 안 찾는 한가롭고도 아름다운 장소 찾고 있다면 한번 가보시길~~~~~

대나무숲길도 기분 좋더라.

 

 

알작지 전경

날씨도 별로긴 했는데 알작지랑 이호테우해변은 내가 좋아하는 느낌은 아니라 사진도 별로 없다. 걍 그럼. 시간내서 가지마시길,,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