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건축 양식은 사회의 요구를 당시의 양식이 충족시켜주지 못할 때, 하나의 혁명적 사건으로서 일어난다.
대표적인 건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아치의 탄생, 고딕양식과 버트레스의 등장, 그리고 르 꼬르뷔제의 돔이노 이론 모두 시대적 상황에 따른 공간에 대한 염원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먼저 아치. 아치가 최초로 만들어진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기원전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함께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문명이 발생하면서 공공시설의 필요성이 커지고, 사람들이 모여있을 만한 공간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치는 로마 공화정 시대에 좀 더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는데 문화적,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기존보다 더 큰 규모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권력을 성당의 규모로 내비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자라났기 때문이다.
이후에 북프랑스를 중심으로 고딕양식이 퍼져나가게 되는데, 작은 아치형 창문과 두꺼운 벽으로 이루어졌던 로마의 건축과는 대조적으로 하늘에 닿을 듯 솟아오른 경쾌한 첨탑과 빛을 들여오기 위한 넓은 면적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 두 장치로 인해 건축물은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감과 동시에 밝은 내부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대전 이후에 도시로 몰려드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르꼬르뷔제는 돔이노 이론을 제안한다. 미적, 기능적 의의도 분명히 존재했지만, 좁은 면적의 땅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돔이노 이론의 실질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도시화에 적합한 새로운 모델이었고 현대 건축의 토대가 된다.
그렇다면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공간은 무엇인가. 지금 이 시대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모든 인류의 삶을 이롭게 할 건축은 무엇인가. 대공간의 추구, 건축 가능 공간의 확장은 이제 현대 사회에서 큰 의의를 갖지 못한다. 오히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확대는 더이상 불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내린 답은 시간. 모두가 시간의 축을 이겨내는 건축을 바라고 있다. 건축 잡지를 보면 마치 그 건물 주변에서만 시간이 멈춘듯한 사진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자연속에서 변하지 않거 버틸 수 있는 물질은 없고 시간에 대항하려고 도전하는 순간 변용의 가능성을 잃는다. 시간에 순응하는 건물,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향해 달려감을 인정하는 사람과 같은 설계가 오히려 더 오래 남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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